호르무즈 해협 막히면 한국은? 중동산 원유 비중·유가·물가 영향 한눈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뉴스에 오르내리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우리 기름은 괜찮나”입니다. 해협 운송에 차질이 생긴다고 한국 주유소에서 당장 기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국제유가와 운임·보험료이고, 그 비용이 시차를 두고 휘발유·경유 가격과 물가로 번집니다. 이건 가정만이 아닙니다. 올해 중동 전쟁으로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서 한국은 이 과정을 직접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업데이트(10/7):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충돌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번졌습니다. 글 아래쪽 「업데이트(10/7): 홍해까지 번진 위험」에 새로 확인된 내용과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정리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어디인가
페르시아만(중동 산유국들이 둘러싼 바다)과 오만해를 잇는 좁은 바닷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바다로 나가려면 대부분 이곳을 지나야 합니다. 아래 지도에서 위치를 볼 수 있습니다.
왜 ‘세계 에너지의 목’으로 불리나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집계로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 해협을 지나고, 이는 바다로 오가는 원유 무역의 약 20~25%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길이 막히거나 위험해지면 실제로 줄어든 물량보다 먼저 가격과 보험료, 운송 일정이 흔들립니다.
한국은 중동 원유에 얼마나 기대 왔나
| 기간 |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 | 집계 |
|---|---|---|
| 2024년 | 71.5% | 연간 |
| 2025년 | 69.1% | 연간 |
| 2026년 1~8월 | 61.8% | 한국석유공사 등 누적 |
| 2026년 3~9월 | 55.6% (전년 같은 기간 70.9%) | 관세청 |
집계 기관과 기간이 달라 숫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방향은 같습니다. 2년 전까지 열 배럴 중 일곱 배럴을 중동에서 들여왔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6할 안팎까지 내려왔습니다. 1~8월 누적 61.8%는 1986년(6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중동 비중이 가장 낮았던 해는 1985년(57.0%), 2021년(59.8%), 1986년(60.5%), 1987년(64.1%) 순입니다. 지금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가 이 목록 3위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빈자리는 다른 대륙이 채웠습니다. 올해 1~8월 미주산 비중은 26.7%로 역대 최고이고, 아시아산은 5.9%, 아프리카산은 5.6%로 지난해(각각 5.0%, 2.2%)보다 늘었습니다. 미국산만 따로 보면 1~4월 누적 20.7%로 처음 20%를 넘었고 8월까지도 20%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봉쇄가 실제로 남긴 것
올해 중동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되고 사우디 원유 설비가 공격받으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가운데 처음으로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울산 앞바다에 도착한 것이 6월 10일이었습니다.
사우디는 홍해 쪽 우회로로 수출을 이어 왔지만, 최근에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위협하고 사우디 동서 송유관까지 공격받으면서 수출이 더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올해 1~8월 사우디산 비중은 29.90%로,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1년 이후 처음 30% 아래로 내려갈 흐름입니다.
가격 쪽에서도 흔적이 남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월 고점이 배럴당 105.8달러까지 올랐고, 이란 외무장관이 해협 재개방 계획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 92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9월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매기는 것에 반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는데,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시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막히면 기름값과 물가는 어떤 순서로 오르나
- 국제유가: 원유가 안 들어올 수 있다는 걱정만으로도 시세가 먼저 오릅니다.
-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 배가 돌아가거나 기다리고, 위험 지역 보험료가 붙으면 같은 기름을 더 비싸게 들여옵니다.
- 국내 휘발유·경유: 원유를 들여오는 비용이 오르면 몇 주 시차를 두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 물가 전반: 운송비, 플라스틱 같은 화학 원료, 항공료가 오르면 장바구니와 여행비 부담으로 번집니다.
비축유는 이 과정에서 시간을 벌어 주는 장치입니다. 공급이 갑자기 끊겨도 당장 기름이 바닥나지 않게 버텨 주지만, 가격이 오르는 것까지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정부와 업계는 어떻게 대응했나
관세청은 4월부터 중동산 원유 수급 안정과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 운임 특례: 5월부터 중동발 원유의 운임·보험료 상승분을 관세 매기는 가격에서 빼 주고 있습니다. 10월 초까지 100건, 602억원어치가 지원됐습니다.
- 캐나다산: 원산지 증명 절차를 쉽게 바꿔 FTA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게 했고, 5~9월 수입량이 136만톤으로 1년 전(50만톤)보다 약 172% 늘었습니다.
- 미국산: 직접운송 요건을 완화해 6~9월 수입량이 809만톤으로 1년 전보다 약 23% 늘었습니다. 미국산 비중은 올해 들어 20%대를 유지하고 있고, 미주산 전체는 26.7%로 역대 최고입니다.
운임 특례가 왜 도움이 되는지 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은 수입품 관세와 부가세를 물건값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더한 가격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전쟁 때문에 운임과 보험료가 치솟으면 세금도 덩달아 커지는데, 그 늘어난 부분을 과세 기준에서 빼 주면 정유사의 수입 비용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10월 2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S-OIL,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정유·석유화학 5개사와 석유공사가 참석한 업계 간담회에서 관세청장은 홍해·희망봉 우회 같은 대체 항로를 쓰면서 늘어난 운임·보험료도 과세에서 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파나마 송유관을 거쳐 들어오는 미국산 원유도 FTA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파나마 세관과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석유화학 쪽 대책도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대신할 수 있는 호주산 천연가스액을 원유가 아닌 석유제품으로 분류해 관세율을 3%에서 0%로 낮추고 비축 의무도 없앴습니다. 연간 최대 약 250만톤을 들여올 수 있게 한 조치로, 5~9월에 37만8000톤이 수입됐습니다.
의존도가 낮아졌으니 이제 괜찮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비중이 줄었어도 여전히 들여오는 원유의 절반 이상이 중동산입니다. 해협 상황이 나빠지면 유가와 운임 충격은 그대로 받습니다. 또 미국산처럼 먼 곳에서 오는 원유는 운송 기간이 길어 비용 부담이 따릅니다. 다변화는 충격을 나눠 받는 방법이지 없애는 방법은 아닙니다. 정유업계에서도 중동 전쟁이 길어지며 공급 불안이 상시화됐고, 당분간 미주산을 중심으로 비중동산 비중이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원유 종류마다 성분이 달라 정유 설비가 소화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업데이트(10/7): 홍해까지 번진 위험
호르무즈가 막힌 뒤 사우디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송유관으로 서쪽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보내 수출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 우회로의 출구 쪽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아프리카의 지부티·에리트레아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로, 홍해와 아덴만을 잇습니다.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배는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합니다.
한눈에 보기(10/7 기준)
| 항목 | 내용 |
|---|---|
| 홍해 입구 전투 | 예멘 정부군이 10월 5일 바브엘만데브 인근 거점 탈환 발표, 후티는 부인 |
| 사우디 본토 공격 | 후티가 리야드 공항·라빅 정유시설 공격 주장, 정유시설 피해는 사우디 공식 확인 전 |
| 국제유가(10/6 종가) | 브렌트유 배럴당 100.58달러, WTI 89.44달러 |
| 사우디 우회 송유관 | 하루 580만 배럴 수송(최대 700만 배럴의 약 83%) |
| 한국 기업 | 라빅 남쪽 약 40km 현대차 공장 건설 현장·직원 피해 없음 |
홍해 입구에서 벌어진 일
후티는 7월 사우디를 겨냥해 홍해 봉쇄를 선언했고, 9월 초에는 바브엘만데브 북쪽의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했습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10월 5일 대규모 반격에 나서 해협 북쪽 두바브 일대와 모카를 되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전투기 100대를 투입해 해협 상공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후티는 해협 주변 진지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어, 해협 연안을 실제로 누가 장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후티는 사우디 본토 공격으로 맞섰습니다. 5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과 홍해 연안 도시 라빅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정유시설에 불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같은 날 밤 예멘 국경 근처 자잔·나지란 공항이 공격을 받아 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습니다. 라빅 정유시설 화재는 현지 매체 보도와 후티 주장으로 알려졌고, 6일 기준 사우디 측의 공식 확인은 없습니다. 사우디와 공동방위 협정을 맺은 튀르키예·파키스탄은 사우디에 병력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기름값: 100달러 선을 둘러싼 줄다리기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6일 장중 한때 100달러 아래로 밀렸다가 배럴당 100.5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값을 끌어내린 쪽은 공급 회복 소식입니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은 공격으로 멈췄다가 9월 하순 다시 가동됐고, 6일에는 하루 580만 배럴까지 수송량을 회복했습니다. 반대로 후티의 사우디 시설 공격이 다시 부각되면서 낙폭이 줄었습니다. 시장에서는 후티가 이 송유관이나 홍해 수출을 실제로 방해하면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원유 수입 가격의 기준인 두바이유는 9월 다섯째 주 평균 배럴당 107.6달러로 1주 전보다 5.5달러 내렸습니다. 국내 주유소 가격도 아직은 안정적입니다. 9월 27일~10월 1일 전국 평균 휘발유는 L당 1,857.6원, 경유는 1,843.3원으로 20주 연속 소폭 내렸고,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유가 변화는 보통 2~3주 뒤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홍해 상황이 나빠져 유가가 오르면 그 영향은 10월 하순 이후 주유소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운·수출: 다시 흔들리는 수에즈 길
최근 컨테이너 운임은 내리는 흐름이었습니다. 10월 6일 부산항발 컨테이너 운임지수(KCCI)는 4,629로 1주 전보다 1.1% 낮아졌습니다. 유럽·지중해 항로 운임이 내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로 돌아온 해운사가 늘어난 점이 꼽힙니다. 아프리카 남쪽 희망봉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항해 거리가 짧아져 같은 기간에 더 많은 짐을 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브엘만데브가 다시 위험해지면 이 흐름이 거꾸로 갈 수 있습니다. 배가 다시 희망봉을 돌면 운송 기간과 운임, 보험료가 함께 오르고, 유럽과 중동에 물건을 파는 한국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커집니다.
원유 수송도 같은 영향을 받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사우디 얀부항에서 원유를 실은 한국 유조선의 바브엘만데브 통과는 7월 19일이 마지막이었고, 8월에는 처음으로 북쪽 수에즈 운하를 거쳐 들어오는 배가 나왔습니다. 위험은 피할 수 있지만 항해 거리가 늘어 운항비와 보험료가 더 듭니다. 앞에서 본 관세청의 운임·보험료 특례와 대체 항로 운임까지 과세에서 빼 주는 검토안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현대차·GS건설과 라빅
라빅은 한국 기업과 인연이 깊은 도시입니다. 아람코가 운영하는 페트로 라빅 석유화학단지는 2010년대 GS건설이 수주해 지었고, 한국전력은 2009년 이곳의 1,200MW급 중유 화력발전 사업을 따냈습니다. 다만 두 회사의 사업은 과거 수주 이력이며, 이번 공격으로 피해가 확인된 한국 사업장은 없습니다. 지금 공격 지점과 가장 가까운 한국 기업은 현대차입니다. 라빅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사우디 첫 공장을 짓고 있고, 일부 직원은 라빅 숙소에서 출퇴근합니다. 현대차는 건설 현장과 직원 모두 피해가 없다고 밝혔고, 주제다 총영사관도 접수된 교민 피해는 없다고 했습니다. 외교부는 석유시설 같은 민감 시설 근처 방문을 급한 용무가 아니면 자제해 달라고 공지했습니다.
앞으로 볼 것
첫째, 바브엘만데브 연안을 실제로 누가 장악하는지입니다. 둘째, 후티가 사우디 동서 송유관과 얀부항 수출을 다시 공격하는지입니다. 셋째, 브렌트유가 100달러 위에 자리 잡는지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나쁜 쪽으로 가면 중동 원유가 바다로 나가는 두 출구인 호르무즈와 홍해가 한꺼번에 좁아집니다. 그만큼 한국의 기름값과 물류비 부담도 커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름 말고 가스도 영향을 받나요?
받습니다. 카타르 같은 중동 산유국의 액화천연가스(LNG)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수출됩니다. 가스는 발전과 도시가스 원료로 쓰여서, 길게 보면 전기·난방 요금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Q. 유조선 한 척에는 기름이 얼마나 실리나요?
‘유니버설 위너’호 같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한 번에 약 200만 배럴을 싣습니다. 해협에 배 몇 척이 묶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물량이 늦어지는 이유입니다.
Q. 휘발유값이 오르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국제 원유·석유제품 가격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몇 주의 시차가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가격이 바로 따라 내려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Q. 바브엘만데브가 위험해지면 호르무즈만 막혔을 때와 무엇이 다른가요?
호르무즈가 막힌 뒤 사우디 원유의 상당량은 송유관을 타고 홍해 쪽으로 나왔습니다.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험해지면 이 우회로의 출구가 좁아집니다.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유럽행 컨테이너선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름값뿐 아니라 수출 물류비까지 함께 오를 수 있습니다.
Q. 사우디에 있는 한국 기업은 피해를 입었나요?
10월 6일까지 확인된 한국 기업·교민 피해는 없습니다. 라빅 남쪽 약 40km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는 현장과 직원 모두 피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생활에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주유소 가격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서 지역별로 비교할 수 있고, 물가 흐름은 매달 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석유류 항목을 보면 됩니다.
참고: 연합뉴스 — 올해 사우디산 원유 도입 비중 30% 하회(2026.10.05), 세정일보 — 관세청 원유 수입 다변화 업계 간담회(2026.10.02), 연합뉴스 — 사우디 공항·정유시설에 후티 공습…韓기업 가까운 지역도 피격(2026.10.06), 한국일보 — 예멘 정부군 “바브엘만데브해협 거점 탈환” 주장(2026.10.06), 굿모닝경제 — 국제유가 소폭 상승…사우디·후티 충돌에 경계(2026.10.07),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 라빅 정유시설 화재 관련 신변 유의(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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